자산의 이름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사는 것은 투기이고, 주식을 사는 것은 투자라는 말입니다.
집을 사면 욕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
주식을 사면 경제를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는 식의 구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이 늘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자산의 종류가 그 사람의 태도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요.
살고 싶은 집을 샀을 뿐인데
누군가는 정말 살고 싶은 집이 있어서 오랜 시간 준비합니다.
대출도 받고, 가진 돈을 모아 겨우 한 채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계획처럼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막상 집을 사고 나니 당장 들어가 살 여유 자금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를 놓고,
본인은 다른 집에 전세로 살면서 다시 돈을 모읍니다.
언젠가 그 집에 들어가 살겠다는 목표 하나로 버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돌아오는 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투기 아니냐”는 한마디입니다.
살기 위해 집을 샀어도,
당장의 자금 사정 때문에 계획을 조정했어도,
집을 소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렇게 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은 다를까요
주식 시장으로 가보면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기업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그 회사가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깊이 알지 못해도
상승하는 종목을 사고 수익이 나면 파는 일이 흔합니다.
장기 보유를 말하지만 결국 수익이 나면 정리하고,
기업의 가치보다 오늘의 수익률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주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종목이 오른다고 하면 계좌를 만들고,
이제는 주식을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한때는 부동산에 빚을 내서 들어가는 ‘빚투’가 이야기되었다면,
지금은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지금 안 하면 나만 늦는다”는 조급함은 닮아 있습니다.
무엇이 투자이고, 무엇이 투기일까요
결국 질문은 여기로 돌아옵니다.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기준은
부동산일까요, 주식일까요.
아니면 그 자산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일까요.
부동산을 사기 위해
입지를 보고, 수요를 보고, 공급을 분석하고,
직접 현장을 다니며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재무제표를 보고, 산업 흐름을 보고,
기업 설명회 자료를 찾아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공부 없이 분위기만 따라 움직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들이 산다고 해서 사고,
오를 것 같아서 들어가고,
조금만 흔들려도 불안해지는 매수라면
그것은 자산의 종류와 무관하게 투자라고 부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산은 도구일 뿐입니다
저는 부동산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투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식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투자가 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집이라는 형태를 가진 자산일 뿐이고,
주식은 기업의 지분이라는 형태를 가진 자산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자산이 아니라
그 자산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왜 샀는지,
얼마나 이해하고 샀는지,
어떤 책임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더 중요합니다.
투자는
리스크를 알고도 감당하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투기는
리스크를 외면한 채 기대감만 좇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이 기준은 부동산에도 적용되고,
주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주 자산 자체에 도덕성을 붙입니다.
집을 사면 욕심으로 보고,
주식을 사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는 식입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살기 위해 집을 사는 사람도 있고,
오로지 가격 상승만 기대하며 집을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주식을 사는 사람도 있고,
그저 유행과 수익률만 보고 따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다르고,
같은 주식이라도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자산이 더 고상하고,
어떤 자산이 더 비난받아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거칠고 단순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태도입니다
저는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을 샀느냐”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샀느냐”,
“어떻게 결정했느냐”,
“그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입니다.
집을 사는 사람을 무조건 투기꾼이라 부르기 전에
그 사람의 계획을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사는 사람을 무조건 투자자라 부르기 전에
그 선택이 어떤 고민 위에 올라섰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산의 이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를 가르는 선은 결국
사람의 태도에서 만들어집니다.
마무리하며
부동산을 하든, 주식을 하든
우리는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지금
투자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투기하고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면,
적어도 자산의 이름만으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기준은
생각보다 바깥에 있지 않습니다.
늘, 선택하는 사람의 안쪽에 있습니다.